내가 늦은 날에는 교통과 일정부터 떠올라요. 상대가 늦으면 예의를 따지게 되고요. 내가 화낸 데에는 쌓인 일이 많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상대가 화내면 말투부터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행동한 사람이 나인지 남인지에 따라 설명이 달라지는 걸 흔히 내로남불이라고 하죠. 거창한 악의 없이도 자신을 보호하려다 이렇게 다른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요.

서로 다른 일정표를 들고 등을 돌린 연인
내 일정에는 이유가 보이고 상대 일정에는 약속 위반만 보이면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르게 느껴져요.

내 행동은 속사정을 알고, 남의 행동은 결과만 봐요

내 선택을 돌아볼 때는 그날 얼마나 피곤했는지, 얼마나 급했는지, 왜 다른 방법을 못 썼는지까지 떠올릴 수 있어요. 상대에게도 속사정이 있겠지만 나는 그 머릿속을 볼 수 없죠. 눈앞에 드러난 결과로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러다 보면 내 실수에는 이유를 길게 붙이고, 남의 실수에는 일찍 결론을 내리게 돼요.

잘된 일은 내 판단 덕분으로, 잘못된 일은 상황 탓으로 돌리기 쉬운 도 영향을 줘요. 드문 경향은 아니지만 매번 상대가 책임져야 한다고 끝맺으면, 듣는 사람은 ‘자기 말은 사정이고 내 말은 변명이라는 건가’ 싶을 수 있습니다.

남사친은 사회생활, 여사친은 선 넘은 연락이 됐어요

한 연애 커뮤니티에는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의 여성 지인 연락을 막으면서 자신은 새로 알게 된 남성들과 만난다는 고민이 올라왔어요. 사연 작성자는 여자친구의 설명을 자기말로는 사회생활이라고 하는데라고 전했습니다.

자기 만남에는 필요와 맥락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상대의 만남은 위험하다고만 본 셈이에요. 친구의 성별에 관한 의견 차이에 더해, 서로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연구에서도 같은 잘못을 자신이나 자기 집단이 했을 때 덜 나쁘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어요. 원칙을 말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예외를 두는 모습을 심리학에서는 도덕적 위선이라고 부릅니다.

한 사람은 길게 설명하고 다른 사람은 지친 표정으로 듣는 장면
내 사정은 길게 말하면서 상대의 설명은 끊고 싶다면, 서로 이야기할 기회를 똑같이 주고 있는지 돌아보세요.

내 약속은 어쩔 수 없고, 상대 약속은 선택이 됐어요

또 다른 사연에서는 남편이 자신의 개인 일정은 그대로 두면서 아내가 친구 결혼식에 가는 것을 막아 다퉜어요. 남편은 자기 일정에 관해 본인은 타의가 있으니 그건 빼야 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스스로 공정하다고 믿는데 행동은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져요. 이런 를 덜려고 ‘내 경우는 특별하다’는 설명을 더 붙이기 쉬워요. 행동을 바꾸는 데 드는 수고를 피할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특별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대가 자기 사정을 설명할 기회까지 없애서는 공정하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체크리스트를 함께 확인하는 모습
사람 이름을 가리고 같은 질문을 적용하면 바뀐 기준이 훨씬 빨리 보여요.

무조건 똑같이 대하는 게 공정한 건 아니에요

사정이 다르면 결론도 달라질 수 있어요. 연구에서는 가까운 사람에게 오히려 더 너그러운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도 확인됐어요.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습니다. 왜 다르게 판단했는지 양쪽 모두에게 설명할 수 있는지, 서로 자리를 바꿔도 납득할 만한지를 확인해보세요.

다투는 사건을 사람 이름 없이 한 줄로 적어보세요. ‘약속 당일 취소’, ‘이성과 개인 연락’, ‘화가 나서 큰소리’처럼요. 같은 일을 내가 했을 때와 상대가 했을 때 각각 어떻게 판단했는지 나란히 써봅니다. 판단이 다르면 무엇 때문에 달라졌는지 한 문장으로 설명해보세요. 이유를 쓰다가 자꾸 길어진다면 사정을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를 방어하려는 건 아닌지도 돌아볼 만해요.

카페에서 함께 적용할 규칙을 적으며 대화하는 연인
싸움이 끝난 뒤 한쪽만 조심하는 약속보다 둘 다 지킬 수 있는 규칙 하나가 오래가요.

내로남불이 의심되면 입장을 바꿔 물어보세요

사과할 때는 당시 상황을 길게 설명하기 전에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부분부터 말해보세요. 상대의 설명도 바로 반박하지 말고 한 줄로 되짚어요.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서 연락이 늦었다는 거지?’라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로 설명할 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에도 판단이 다르면, 그때 어떤 차이 때문인지 따져보세요.

‘내가 반대 입장이면 받아들일까?’라고 묻는다고 자신을 공격하는 건 아니에요. 상대 입장도 생각하면 내 사정을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폭력이나 협박, 반복적인 통제처럼 안전이 걸린 일까지 서로 똑같이 맞추려 해서는 안 돼요. 그때는 기준을 두고 토론하기 전에 거리를 확보하고 외부 도움을 받는 일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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